셰익스피어를 원서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 나쁜 일은 아니다. 시간을 넘어 전달되는 명문이란 인류의 자산을 조금이라도 원형에 가깝게 살펴보려 노력하는 것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셰익스피어만이 아니라 영미문화권에는 명작이라 불리 우는 불후의 고전들이 많다. 워즈워스, 로렌스, 버지니아 울프, 리처드 바크, 디킨즈… 손가락으로 모자라 발가락까지 동원해도 다 세지 못할 작가들, 그리고 그들의 작품. 그런 그들의 것을 번역을 통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그런 학생들이 자라나서 ‘영어’로 책을 쓰겠다 한다면 뭐라 말하며 그들의 잘못된 생각을 고쳐주어야 하는가?
놀랍게도 앞으로 나올-나와야 할- 한국의 명작들이 영어로 작성되는,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이 될 조짐이 보인다.
다음 정부에서 시행할 가칭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때문이다.
무엇을 위한 실용이고,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 나머지 것의 도태 가능성을 보지 않는 것인가? 영어 하나를 배우려 다른 수업도 영어로 한다면, 앞으로 국문학은 영문학이 되는 것인가?
무섭다. 정말 무섭다. 앞으로 십여 년이 흐르면 한국에서 한국인이 쓴 영어소설을 읽어야 할 것이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 오한이 스며든다. 제발 나의 망상으로만 끝나다오. 올 것 같은 현실아.
나는 정치적 입장으로 늘 보수적인 관점을 취해왔다. 그래서 그 당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문제와는 별개로 두고 보수의견을 대표하는 정당인 한나라당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 당선자가 나온 한나라당은 더 이상 보수정당이 아닌 것 같다. 지키기 위한 보수가 아니라, 실용을 위해 무엇이든 ‘던져버릴 처부서 깬다.’의 개혁을 이야기하는 개혁정당이다.
통일부를 외교부에 흡수시키는 것, 국어보다 외국어를 중시하여 수업을 영어로 하겠다는 것. 이것이 어디 보수의견이란 말인가.
이번 정부는 다들 말하길 <실용정부>란다. 실용이란 결국,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소소한 것을 버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버려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는 것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버려서 안 될 것중 하나가 민족의 영혼이라는 '언어'인 것을 기억해라.
참고로, 이번 정부의 정식명칭은 <실용정부>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이다. 김영삼 대통령 이후로 해오던 취임일성을 겸한 정부명칭을 버리고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추어 실용적이게 대통령의 이름을 사용한다고 한다. 과연 실용이다.
덧 1. 이렇게 불평불만을 늘어놓았지만, 그래도 필자는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지지자입니다. 다만 영어를 통한 그외 교과 교육 반대, 외교부의 통일부 흡수 통합 반대, 해양수산부 폐지 반대의견도 함께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